사랑이 그리운 계절  
                                정용진 시인

12월은 사랑이 그리운 달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인류를 죄에서 구원하기 위하여 사랑과 부활과 십자가를 가지고 한 해가 다 저물어 가는 이 달에 세상에 오셨고, 우리 인간들은 성탄을 맞이하여 ‘하늘에는 영광이 땅에는 평화가’ 가득하기를 기원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가 세상에 오시기 직전에 세례요한이 먼저 와서 ‘천국이 가까웠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고 빈들에서 외쳤다. 회개는 죄인이 의인처럼 행세하며 살던 잘못을 뉘우침이요, 그리스도로부터 떨어져 나갔다가 되돌아오는 것이다.
그리스도는 인류의 빛이요, 사랑의 중심이다. 이로부터 멀어질 때 어두움이 엄습해오고 몸이 얼어서 못 견디는 괴로움을 겪게 된다. 그리고 사랑을 잃어 사막과 광야를 방황하며 외로워하는 고아가 된다.
한 젊은이가 예수를 찾아와서 어떻게 하면 선생님을 따라다닐 수 있겠습니까 하고 물었을 때 예수께서는 ‘너의 가진 것을 다 팔아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너의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고 하셨다. 그러자 그는 근심하면서 돌아갔다고 성서는 기록하고 있다. 근심은 믿음의 불 확신이요, 회개의 미완성이요, 거듭남의 못 미침이다. 이로 인하여 고민하고 번뇌하던 젊은이는 결국 재물에 발이 묶여 예수를 따라가지 못하였다.
‘손에 쟁기를 쥐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내게 합당치 아니하다’고 경고한 말씀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밭을 가는 자가 뒤를 돌아보면 어떠한 결과가 나오는가는 경험자만이 그 진리와 결과를 알 수 있다. 이랑이 굽어지고 모형이 일그러진다. 이랑은 생명의 싹이 자랄 모판이요, 수고의 열매가 맺힐 터전이다. 이것이 굽어지면 근본이 뒤틀려 미래가 빈약해지고 후손이 가난해지기 때문이다.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세상의 인류들이 축제의 기분으로 들떠서 인파의 물결이 거리를 메우고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을 찬송하면서 한 해를 마감한다. 크리스마스가 이와 같이 세상의 축제가 되는 것은 예수그리스도의 미천한 탄생과 위대한 죽음에 있다.
국내 사회는 물론이고 미주 한인사회의 실상을 보면 영광은 내가 차지하고 십자가는 너나지라는 겉과 속이 다르고, 이상과 현실이 유리되는 모습들이 숱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는 허(虛)는 버리고 실(實)만 택하겠다는 얄팍한 생각들이요, 처음과 나중이 다른 빗나간 행동들이다. 사랑의 종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지고 평화의 불빛이 어두웠던 거리에도 가득히 내리는 12월에, 미혹에 빠졌던 지난날의 모습들을 말끔히 씻어 버리고 흰 눈과 같이 맑고 양털과 같이 순수한 자아로 돌아와서 새해를 맞이해야겠다는 다짐이 필요한 계절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사랑과 부활과 십자가로 가득 찬 생명의 복음을 들고 2천 년 전에 말씀이 육신이 되어 이 세상에 오신 것은 눌린 자, 서기관들에 의해 죄인으로 낙인찍힌 자, 갈릴리 주위에 소외되었던 자, 인간 이하의 차별을 받는 여성들과 사마리아인들과 같은 불쌍한 민중들을 품에 안아주고 구원하여 주려고 오신 것이다. 그런데 우리 인간들이 엮어가는 역사의 모습들은 동서양이 하나같이 분열과 갈등, 살상과 전쟁을 일삼고 있으니 가슴 아픈 일이다. 자유의 공백 지대에 자유를 공급해주고, 사랑의 불모지대에 사랑을 심어주고, 봉사의 손길을 기다리는 처소에 손수 찾아가서 그들과 함께 먹고 마시는 동참의 그리스도인의 참 사랑이 필요하다. 망각은 인간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인간들의 커다란 단점이기도 하다.
예수나 석가가 지상에 오실 때엔 사랑이 가득하고 자비가 충만한 배터리를 가지고 오셨다. 그래서 그분들이 계신 곳에는 늘 춥고 배고픈 민중들이 따라다녔고 은혜와 사랑을 힘입어 영과 육이 굶주림을 면했다. 요즈음 우리들은 이 말씀과 손길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이것이 곧 죄요, 불신앙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올해 성탄에도 또다시 서글픈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오실 것이다. 우리들 모두가 베드로와 같이 수시로 그를 부인하고, 가롯 유다와 같이 그를 팔기로 계획을 하고, 빌라도와 같이 그를 정죄하며 십자가에 못 박기로 작정들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마다 이런 땅을 외롭게 찾아오셔야 하는 까닭은, 사랑의 불빛이 흐려지고, 삶의 온기가 차가워진 세상의 인류들에게 또다시 충천을 해주셔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낡은 모습, 지친 모습, 병든 모습을 벗어버리기 위해 우리들 각자의 문을 열어 놓아야 한다. 그래야 주께서 각자의 마음속에 찾아오셔서 생명의 빛과 사랑의 온기와 부활의 진리를 다시 일깨워 주실 것이다. 12월은 예수그리스도의 크신 사랑이 그리운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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