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의 미/양시연

2014.09.19 06:09

김학 조회 수:203

절제(節制)의 미(美)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양시연


  “잘 참으시네요, 이제 절반은 지났습니다. 조금만 더 참으시면 곧 끝납니다.”
  잘 참고 있는 것인지, 목적 달성을 위해 의사가 어르는 말인지 모르지만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내시경이 위(胃) 구석구석을 후비며 제 역할을 하는 사이, 구토 증세는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었고, 구토가 올라올 기미가 보일 때마다 의사는 “트림은 참으셔야 합니다. 크게 심호흡을 하세요. 자아,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후유~하세요.”라는 말을 반복했다.

  위 내시경 검사를 받는 짧은 시간,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쳤다. 건강한 삶을 원하면서 과식은 물론 자극적인 음식을 즐기고, 밤늦은 간식과 함께 바로 잠을 자는 등 위가 싫어하는 짓을 실컷 하고는 ‘위가 아주 깨끗합니다.’는 의사의 말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우리나라는 성인 3명 중 1명이 비만으로 인한 각종 성인병으로 고생하고 있으며, 성인병 예방을 위한 다이어트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여 연간 3조 원 이상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고 한다. 돈과 시간을 투자하면서 병을 얻고, 그 병을 고치기 위해 더 많은 돈과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인간의 어리석은 단면이다. 위가 원하는 음식을 소량으로 먹고 위를 편안하게 해 주면 위와 관련된 병은 자연히 줄어들고, 이 때문에 육체적·정신적 건강이 담보될 텐데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아닌 상대의 입장에서 상대를 편안하게 해 주면 관계가 회복되고 정(精)이 넘치는 이치를 알면서도 ‘나 중심’으로 상대를 다루려는 잘못된 생각이 관계와 소통의 단절을 가져오고, 복수와 응징을 다짐하는 원인이 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는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공유하고 만들어가는 공동체이기에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해 주는 문화가 요구된다. 위가 휴식이 필요하다면 내 식탐을 보류하는 것이 곧 돈과 시간을 버는 것이고, 나아가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인 것처럼, 내가 뛰고 싶은 열정이 있더라도 상대가 걷고 싶어 하면, 잠시 나의 열정을 내려놓는 아량이, 곧 풍족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요즘은 전화통화보다 메시지나 카카오톡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일이 참으로 많다. 메시지를 보낸 그 순간, 상대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답장이 빨리 오지 않는다고 초조해 하거나 다른 일에 집중하지 못해 전전긍긍한다. 그때마다 마음속으로 내 모습이 아니기를 바란다. 몇 해가 지나면 귀가 순해진다는 이순(耳順)이 되는데, 그 전에 상대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지혜의 단을 쌓아야겠다.

  일부에서 비만과의 결투라는 호화로운 전투를 벌이는 지금, 지구촌 한쪽에서는 굶주림에 허덕이다 하루에 10만 명 이상이 생을 마감한다. 어쩌면 소식(小食)으로 내 위(胃)가 편안해지는 만큼, 끼니 해결이 어려워 삶을 마치는 인류를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눈이 번쩍 뜨인다. 개인의 건강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바른 인간관계를 위해서는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위의 내시경 결과를 설명하는 의사는 나에게 주문한다.
  “미란성 위염 증세가 있어 과식과 자극성 음식은 피하시고,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 될 수 있으면 커피는 끊으셔야겠습니다.”
그래도 다행이다. 걱정할 만큼의 상태는 아니어서……. 오늘의 경험을 통하여 건강을 위한 절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

  평소‘절제(節制)의 미(美).’라는 표현을 좋아하는데, 앞으로는 보다 나은 인간관계를 위하여 나의 욕망을 제어하는 ‘절제의 미’를 실천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2014.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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