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을 변호함 / 김동길

2009.09.25 10:10

김영교 조회 수:190

    
우리나라 역사의 가장 슬픈 사실 하나는 중상·모략이 난무할 뿐 아니라 그로 인하여 유능한 인재들이 제구실을 못하고 쓰러졌다는 것입니다.

“백두산의 돌은 내 칼을 갈아 달아 없어지게 하고”라고 읊은 대장부 남이장군은, 출세가 너무 빨랐던 탓에 모략에 걸려 처형되는 비운의 장군이 됐으니 그의 나이 스물일곱이었습니다.

“꽃은 무슨 일로 피면서 쉬 지고”라고 탄식한 고산 윤선도는 이이첨 일당의 중상 때문에 유배지를 전전하는 한심한 선비로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충무공 이순신은 백전백승의 명장이었지만 "왜놈과 내통하였다"는 누명을 쓰고 오라줄에 묶여 끌려다니며 재판을 받았을 뿐 아니라 “백의 종군하여라" 하는 어명을 받들어 졸병이 되어 출정하기도 하였습니다.

우리사회도 여전합니다. 경기 지사 김문수는 노동운동을 한 젊은 시절이 있었지만, 제도권 정치에 들어서서 도지사가 되고는, "기업이 잘 돼야 노동자도 윤택한 삶을 누리게 된다"는 생각 때문에 기업과 노동에 비슷한 비중을 주는 도백으로 각광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김문수를 “변절자"니 “변신자"니 하며 헐뜯기만 하는 것을 보고 종래의 사색당쟁이 무색하다고 느꼈습니다. 나는 그가 이 나라의 유능하고 양심있는 열 사람 지도자에 꼽히고도 남을 인물이라고 믿습니다.

또 한 사람의 유능한 인재가 지금 국무총리 물망에 올랐습니다. 그를 잡아먹으려고 눈이 새빨간 인간들이 여럿 눈에 뜨입니다. 합법적으로 병역이 면제된 사람을 마치 병역기피자인 것처럼 몰아세우고, 행정신도시에 대한 의견이 교수 시절과 다르다는 삿대질하는 중상의 명인들을 보며 내 마음도 불편합니다.

4대강 공사도 국익에 도움이 되면 하는 것이 옳지, 소수가 일어나 죽자하고 반대한다하여 그만둬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통령의 뜻을 존중하면서 나라의 살림을 바로잡아 보겠다면 고마운 일이지, 그런 유능한 인재를 “변절자"라느니 “변신했다"느니 하며 매도하는 그자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국적의 인간들입니까?

본인이 “귀찮아 못 하겠다"고 할까봐 걱정입니다. 이런 적격자를 놓치면 어디서 정운찬과 비슷한 인물이라도 구해올 자신이 있습니까?

또 하나 문제는 그를 총리로 제청한 이명박 대통령 자신입니다. 그를 총리로 내세웠으면 끝까지 밀어주고 언제까지나 책임을 져야지, “용산철거민 참사"에 김석기 서울경찰청을 다루듯 하면 안 됩니다.

김석기가 도덕적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다면 대통령은 “당신이 무슨 죄가 있어서 사표를 내. 물러나면 내가 물러나야지" 하면서 그 사표를 반려했으면 대한민국이 지금보다는 더 훌륭한 나라가 되었을 것입니다.

이번만은 전적으로 정운찬을 밀어서, 그가 사자굴을 잘 벗어나 조국을 위해 큰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줘야 할 것입니다.

2009/09/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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